[1939]
[이자벨 왈드버그(Isabelle Waldberg)에게 보내는 편지]
이하는 명상글이외다. 가능한 만큼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시고 내면을 텅 비우시오. 몸을 기울이지 말고 곧게 앉은 채로 정진하시오. 마음을 비우시고 고요가 온 마음을 사로잡게 두시고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시오. 무감각 상태에 빠질 수도 있소. 글은 읽지 말고 찬찬히 기억에서 되살려 암송하시오.
첫 세 문장을 읽고 나면 다음 문장을 읽기 전에 길게 쉬시오. 두 번째 단에서 각 문장을 읽을 때도 중간에 약간 쉬시오.
성주
머리가 없는 자를 난폭한 힘으로 맞이하노라
머리가 없는 자의 유황불을 난폭한 힘으로 맞이하노라
나무와 죽음의 바람결을 난폭한 힘으로 맞이하노라
나는 죽음 앞의 환희다
창공의 깊이란 죽음 앞의 환희라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창공에서 어지럽게 돌아가는 지축을 상상하노라
하늘조차 회전하며 분출함을 상상하노라
태양, 화염, 알코올, 눈멀듯이 밝은 빛, 꼭 감은 두 눈을 뱅뱅 돌리고 숨을 잃을 것 같이 번쩍여라
온 창공의 심층아 옅어지고 흩어지는 얼어붙은 빛의 난무와 같아라
실재하는 만물아 내파하고 백열처럼 타올라 사라지고 죽어라
나 자신 나를 때부수고 태우고 나의 야욕으로 나의 목을 자르나니
돌아가고 비틀거리고 불타고 터지는 모든 것처럼 웃고 죽나니
번갯불처럼 튀어나와 뼛속까지 울리는 성주의 미광 아래, 더할나위 없이 빛나는 차디찬 하늘 속에, 내가 죽는 그 차가운 순간을 상상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