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요면(凹面) 아래 볼 수 있는 온갖 것들 중에 기형, 기인, 괴짜보다 인간의 영혼을 일깨우는 것, 감각을 황홀하게 하는 것, 피조물에게 경외와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다. 기형, 기인, 괴짜에서 뒤틀리고 어긋나고 사지가 잘린 자연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이다.’1
이 문장은 피에르 보아이스투오가 작성하여 1561년 큰 재앙2이 닥쳤던 시기에 출판한 《기담Histoires prodigieuses》의 서두를 장식하고 있다. 사람들은 기형과 기인이 무언가의 전조일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며, 대개는 흉조라고 생각하였다. 보아이스투오는 이런 징조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형과 기인에 관한 책을 썼기 때문에 경악스러운 것을 보고자 하는 욕망이 어찌나 강력한지 알아낼 수 있었다.
쾌락을 찾아 ’비정상‘를 관람하는 것은 구경거리를 좋아하는 얼빠진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오늘날 사람들은 생각한다. 16세기는 초자연적인 재앙이 인간의 삶을 좌우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종교적 호기심으로 하찮은 짓거리를 하기 딱 좋은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샴쌍둥이와 머리가 둘 달린 송아지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왔으며, 이런 책을 쓴 작가들은 과장을 마다하지 않았다. 괴짜들에 관한 호기심은 18세기에 이르러 과학적인 설명을 구하는 강력한 욕망이 되어 다시 살아났다. 총천연색 판화로 가득한 르뇨Henri Regnault(1843-1871), 프랑스 화가의 화려한 화집이 1775년에 출판되었으나, 피상적인 지식만 바라는 갈증을 나타낼 뿐이었다. (화집에 등장하는 판화 몇 점을 여기 함께 게재한다.) 그러나 르뇨의 화집은 인간종이란 어떻게든, 때가 어떻든, 괴짜 앞에서 냉정할 수 없는 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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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다 나와 있는 것처럼 조프루아 생틸레르Geoffroy-Saint-Hilaire(1772-1844), 프랑스 박물학자나 기나르Louis Guinard(1864-1939), 프랑스 의학자의 기형학에 등장하는 해부학적 분류 체계를 여기서 다 설명하지는 않겠다. 생물학자들이 기형을 수많은 종(種)과 함께 범주로 다루는 데 이르렀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기형은 결국 기형이고 결국 장애다.
시장터에 있는 ’비정상‘인은 확실히 도발적인 인상과 엉뚱하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하고 이따금 우스꽝스러워 보일 때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상’이 불안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불안은 깊숙한 유혹과 은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형태의 변증법을 다루고자 하는 사람은 이 일탈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흔히 사람들은 일탈이 자연을 거스르는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단연코 일탈의 원인은 자연이다.
사실 사람들은 {비정상을 보게 되면} 항상 엉뚱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즉 엉뚱하다는 인상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일정 수준 나타나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그 감정은 거의 느낄 수 없다. 따라서 엉뚱하다는 인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괴짜를 예시로써 참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흔히 사람이 엉뚱하다거나 괴짜가 엉뚱하다는 것을 적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골턴Francis Galton(1822-1911), 영국 인류학자이 서로서로 다르면서도 엇비슷한 부분이 있는 얼굴 여러 개를 하나의 사진건판에 감광하여 제작한 합성 사진은 유명하다. 즉 미국 학생 400명의 얼굴을 갖고서 미국 학생 얼굴의 전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오르그 트레우Georg Treu(1843-1921, 독일 고전고고학자는 〈합성 사진과 미Durschnittbild un Schönheit〉(《독일 예술학과 미학Zeitschrift für Aesthetik und allegemeine Kunstwissenschaft》, 1914년, IX, 3)에서 합성 사진과 개별 사진의 관계를 정의하였다. 요컨대 평균적으로 전자가 항상 후자보다 더 아름답다는 것이다. 즉 그저 그런 얼굴 이십 개를 합하면 아름다운 얼굴이 되며, 금방 프락시텔레스의 〈헤르메스〉와 썩 비슷한 비율을 가진 얼굴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합성 사진은 본질적으로 아름답다는 플라톤의 이데아에 현실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동시에 미(美)는 보편 척도만큼 전통적인 정의에 좌우될 것이다. 그러나 형태 개별은 이런 보편 척도에서 벗어나며, 다소간 기형적인 법이다.
합성 사진을 통해 완벽한 전형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신비로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실 모양은 다르고 크기는 비슷한 조약돌 여러 개를 사진 찍으면 결과물은 항상 구(球), 즉 기하학적 형상이 된다. 보편 척도는 필연적으로 기하학적 형상의 규칙성에 가까워진다고 해 두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이렇듯 괴짜들은 변증법적으로 기하학적 규칙성과 정반대 관계에 있다. 개별 형태와 같은 이유지만, {개별 형태처럼} 환원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늘의 요면(凹面) 아래 볼 수 있는 온갖 것들 중에 기형, 기인, 괴짜보다 인간의 영혼을 일깨우는 것은 없다 […].’
〈전함 포템킨〉을 감독한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S. M. Eisenstein(1898-1948), 소련의 영화감독이 (1월 17일 소르본 강연 중에 말한 것처럼) 다음에 감독할 영화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하듯, 철학적 변증법을 대신 형태의 변증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일종의 계시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물며 인간이 보이는 가장 기본적인 반응도, 따라서 가장 결정적인 반응도 결정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기서 무슨 변증법의 형이상학적 기반을 다루지는 않겠으나, 시각적 형상만큼 현실적인 현상이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아연실색할 일이리라고 확언할 수 있다. ‘하늘의 요면(凹面) 아래 볼 수 있는 온갖 것들 중에 기형, 기인, 괴짜보다 인간의 영혼을 일깨우는 것, 감각을 황홀하게 하는 것, 피조물에게 경외와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없다 […].’
- 피에르 보아이스투오(피에르 뢰네), 1517년 낭트 출생, 1566년 파리에서 사망. 보아이스투오의 《기담Histoires prodigieuses》(1판: 파리, 1561, 8절판)은 여러 번 재출판 된 바 있다. (원주)
- 흑사병을 의미한다. (역주)
- 《자연의 일탈 혹은 동물계에서 자연이 낳은 주요 괴짜 사례집: 르뇨가 자연을 본떠 그려 세상에 출판Les Écarts de la nature ou Recueil des principales monstruosités que la nature produit dans le monde animal, peints d’après nature et mis au jour par les Sr et De Regnault》, 파리, 1775년, 폴리오 판, 판화 40점 포함 [BnF]. (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