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이라는 것은 단어에 말뜻이 아니라 사명을 부여하는 순간에서 비롯한다. 고로 비정형이란 주어진 의미를 가진 형용사에 불과하지 아니하고, 각 사물이 고유의 형태를 가지라 요하고 사물을 격하하는 역할을 하는 용어이다. 비정형이란 말이 나타내는 것에는 눈을 씻고 봐도 아무런 당위성이 없고 아무 곳에서나 거미나 지렁이처럼 짓밟힌다. 학(學)적인 인간이 만족하기 위해서는 우주에 형태가 있어야만 한다. 온 철학의 목표란 이것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철학은 존재에게 프록코트, 즉 수학의 프록코트를 뒤집어 씌우려고 애쓴다. 반면 우주가 그 어느 것도 닮지 않았으며 비정형에 불과하다고 말한다면 곧 우주가 거미나 가래침이나 마찬가지라고 이르기에 다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