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작가들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먼지 두껍게 쌓인 침대에서 눈을 떴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않았다. 공주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머리카락에서 뜯겨나갔을 음산스러운 거미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지구에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음산스러운 먼지 이불이 덮치고, 온갖 것이 하나같이 먼지에 더럽혀지는 법이다.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켜켜이 쌓인 먼지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가 불어넣은 강박증을, 귀신을, 망령을 오래된 다락과 침실에 들이려는 것처럼 말이다.
‘집안 살림(bonne à tout faire)’을 하는 팔다리 굵은 여자들은 맨 아침마다 거대한 먼지떨이나 청소기를 들고 쏘다니는 것이, 실은 적확성과 논리를 무기로 고약한 귀신들을 쫓아내는 학자들께 최대한의 도움을 주는 행위라는 사실에 아예 무지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먼지라는 것이 계속해서 존재하는 이상, 아마도 언젠가 살림살이꾼들은 버림받은 석조와 한산한 뱃도랑 같은 드넓은 폐허를 범하는 먼지에 지게 될 것이다. 야밤의 공포가 없을 때 우리는 대단한 회계사처럼 굴었으나1, 이 머나먼 때에 야밤의 공포에서 살아남는 것은 더는 없을 것이다…
- 원고 : 우리는 대머리, 먼지 떨이, 살림살이꾼, 소독약처럼 굴곤 했다…
사람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고 먼지도 먹어야 사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