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새로운 계시」는 프랑스의 극작가이자 극이론가, 예술가이자 배우였던 앙토냉 아르토가 1937년에 작성했다. 이태릭채로 표기되지 않은 내용은 1947년 마담 마누엘 데 카스트로가 출판한 판본에만 삽입되었다. 현재 본문이 포함된 갈리마르 사의 전집 7권을 구할 수 없는 관계로, 인터넷에 떠도는 불어 텍스트 일부와 1965년에 City Light Books 출판사에서 발간된 「Antonin Artaud Anthology」를 참고했다. 1947년 추가된 아르토와 마누엘 데 카스트로의 타로점 내용은 모두 누락하였고, 영어 텍스트에만 있는 내용도 마찬가지로 누락했다.
김도윤
물 속의 불,
땅 속의 공기,
공기 속의 물,
그리고 바다 속의 땅.
이것들은 아직 충분히 미치지 못하였다. 아직 충분히 풀려나지 못하였다. 서로가 서로를 거슬러, 더욱 더 거세지고, 더욱 더 격노할수록, 이것들은 서로 더 가까워지며 친해진다.
바로 여기,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먹어치우는 곳에서,
힘이 힘을 집어삼키는도다.
전쟁이 없이는 평화도 없거니.
*
나는 내가 보고 믿는 것을 말하노라. 그리고 내가 본 것을 보지 않았다고 하는 녀석은, 지금 내가 그놈의 머리를 뜯어버리겠다
왜냐하면 나는 구원받을 수 없는 짐승이요, 시간이 더 이상 시간이 아닐 때까지도 짐승인 채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천국과 지옥이 있다고 한다 해도, 이것들이 나에게 끼얹는 만행에 대해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어쩌면 내가 천국과 지옥을 섬기게 하기 위해서… 누가 아리?
좌우간 그것들로부터 나를 뜯어내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 나는 확신을 가지고 이것들을 바라보노라. 존재하지 않는 것, 필요하다면 나는 이것들을 만들어내리.
오랫동안 나는 이미 허공을 느끼고 느꼈노라. 다만 스스로를 허공으로 던져버리기를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게 보이는 온갖 것들 처럼 겁쟁이 짓을 하고 있었다.
이토록 나는 내가 이 세상을 거부하고 있었다고 생각했건만, 이제는 내가 허공을 거부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나는 이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어째서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고통받아 왔던 것은 이 허공을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내 안에 있었던 이 허공을.
스스로에게 허공의 빛을 쫴야 한다는 것을 알았건만, 나 자신이 빛을 쬐도록 놔두지 못했다. 내가 장적더미로 변했다면, 그것은 나를 세상에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함이었으리.
그리고 세상은 나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나는 존재하려 애써왔다.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의 착란과 환상이 실재를 뒤덮어버리는 모습을 (모든 모습을) 수긍하려.
더 이상 나는 환상에 수긍하지 않으리라.
세상의 파멸, 그것은 다른 자들에게는 이 세상을 끝끝내 몰락하게 만드는 것. 한때는 부정했던 이 공허 속에서 승천하여, 나는 세상을 견디고 현실을 토해내는 몸을 가졌도다 .
거부하는것은 불러들이고 불러들이는 것은 거부하게 만드는 달의 운동은 이미 지겹다.
끝내야만 한다. 마침내 이 세상과 나를 완전히 잘라내야만 한다. 내 안의 존재가 항상 거부해왔던 이 세상과. 내가 더 이상 거명할 수 없는 이 존재가 말이다. 왜냐하면 이 존재가 오면 나는 공허로 추락하고 말기 때문이다.
이미 이루어졌도다. 실로 나는 결국 공허 속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로써 세상은 결국 나를 절망시키고 말았노라.
왜냐하면 이 세상에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정말로 세상이 당신을 떠나갔다는 것을 보기 전 까지는 알 수 없으니까.
망자들, 이들은 아직 떠나가지 않았다. 이들은 아직껏 제 송장 주변을 맴돌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들이 어떻게 정확히 33세기간 내 분신이 끊임없이 회전하는 동안 제 송장 주변을 맴돌고 있었는지 알고있다.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나는 존재하는 것들을 바라본다.
실로 나는 이 존재와 동화되었다. 이젠 더 이상 실재하지 않는 이 존재와.
이 존재가 나에게 모든 것을 계시해 주었다.
나는 이 계시의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말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 계시의 내용을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이미 현실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제 세간을 벗어나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 버렸기에, 마침내 이 세간에 존재한다는 행복을 이해했노라. 말미암아 진정 절박함에 가득찬 자가 너희들에게 고한다.
망자들, 이들은 아직 떠나가지 않았다. 이들은 아직껏 제 송장 주변을 맴돌고 있다.
나는 죽지는 않았지만, 이미 떠나가 있다.
*
그러므로 나는 내가 본 것과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