異敎正典

sacred texts

I


이교도적 부정신학

II


번역에 대하여

닉 랜드

≪소멸 갈증≫

I

서문


1

말 되는 철학의 죽음


3

위반


/

11

끊나지 않는 소통


참고문헌


조르주 바타유

제쥐브


3

└ 송과안


희생


4

≪도퀴망≫

꽃말


5

≪비평 사전≫

≪철학 연구≫

미궁


10

≪사회학 학회≫

≪아세팔≫

니체와 파쇼들


제안


앙토냉 아르토

부록

색인


保管所

Archive

Assimilare

태양 항문

조르주 바타유

역자 서문

바타유가 1927년에 작성한 후 1931년에 Éditions de la Galerie Simon 사에서 앙드레 마송의 판화와 함께 출판한 ≪태양 항문≫은 조르주 바타유의 신비주의적인 초기 사상을 대표하는 작품이며, <제쥐브>, <송과안> 등 다른 산문으로 이어지는 중심적 위치를 가진 글이다.

불어 원문에서 이탤릭체로 표현된 단어들은 볼드체로 처리했다.

번역 교정에 도움을 주신 박찬빈 군에게 감사를 표한다.

김도윤


세상이 순전히 패러디적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다시 말해 인간이 관찰하는 사물은 각기 다른 것의 패러디이거나, 기만적인 형상에 씐 같은 물건에 불과하다.
사고로 골몰하는1 뇌 속에서 문장이 순환하기 시작한 이래부로 총체를 지각하려는 과정이 이어져왔다. 이는 계사의2 도움으로 문장 하나하나가 사물을 다른 사물과 연결한 까닭이다. 만일 우리가 사고를 사고의 미궁 안으로 이끄는 아리아드네의 실이 남긴 흔적을3 한눈에4 볼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서로 분명히 얽매어지리라.
그렇다고 해서 단어의 계사가 몸의 계사보다 덜 거슬리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나는 태양이다.” 하고 소리지르면 오롯한 흥분이 일어난다. 이다(être)라는 동사가 사랑의 격정을 매개하기 때문으로.

삶이 패러디적이라는 것, 해석을 결한다는 것은 온 세상이 알고있다.
예컨대 납은 황금의 패러디이다.
공기는 물의 패러디이다.
뇌는 적도의 패러디이다.
성교는 범죄의 패러디이다.

황금, 물, 적도, 범죄는 모두 사물의 법칙으로 기술할 수 있다.
또한 이런 법칙의 기원이, 기반으로 나타나는 행성의 토양이 아니라 행성이 돌아가는 중심을 기준으로 그리는 회전 운동을 닮았다면, 자동차, 시계, 재봉틀마저 똑같이 생성 법칙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법칙 운동에는 두 개가 있는데 곧 회전 운동과 성(性)적 운동이다. 이 두 운동의 조합이 바퀴와 피스톤으로 이루어진 기차로 나타난다.
이 두 운동은 각각 하나가 다른 것으로5 상호 변화한다.
이렇게 우리는 지구가 자전하매 동물 및 인간이 교접하게 만들고 (결과가 다시 자기 원인을 야기하듯) 동물과 인간이 교접하매 지구를 돌린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이 두 운동의 역학적 합성 내지 변환이 바로 연금술사들이 ‘현자의 돌‘이라는 이름하에 연구했던 것이다.
신비한 가치가 있는 이 합성을 통하여 요소들 한가운데에서 인간의 현 상황이 결정된다.

나부러진 신발짝, 썩은 이빨, 쑥 꺼진 코, 주인의 식사에 침을 뱉는 요리사가 사랑과 갖는 관계란, 깃발이 국민성과 갖는 관계에 해당한다.
우산, 육십갑자 노인, 신학도, 썩은 계란 냄새, 판사들의 푹 팬 눈은 사랑이 자라는6 뿌리다.
거위 배를 뜯어먹는 개, 토하는 취객 여자, 흐느껴 우는 회계원, 머스타드 병은 사랑의 매개 구실을 하는 혼란을 나타낸다.

타인 가운데 놓인 이는 자기가 어찌하여 타인 중 하나가 아닌지 알고선 염증이 난다.
그는 침대에서 사랑하는 소녀 곁에 누워 왜 자기가 더듬고 있는 여인의 몸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인 것인지 모른다는 것도 잊어버린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채 자기가 자기 품 속에서 떨며7 자기 존재를 잊은 그 여자라고 소리 지르지 못하게 막아서는 정신의 어둠에 시달리고 있다.

사랑, 유아의 짜증거림, 지방 미망인의 허영심8, 성직자의 포르노그래피, 여가수의 고독은 먼지 낀 아파트에서9 잊힌 사람을 잃어버린다.
그들은 아무리 열심히 서로를 찾으려고 해도 결국 패러디적 상(像) 말고는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거울만큼이나 공허한 채로 잠드리라.

꿈도 꾸지 않는 채로 내 품에 걸린 무존재, 무동(無動)의 소녀란 내게는 내가 통해서 보거나 지나갈 수 있는 문이나 창문보다도 이질적이지 않구나.
일어나는 일을 사랑할 수 없음으로 하여 잠에 들적에 초연함을 되찾노라(그것이 그녀가 날 떠나도록 허락하고).
소녀가 집요하게도 완전한 망각을 얻기에 내가 그녈 품에 안을 때 그녀가 누구를 보는 것인지 소녀 스스로 알아채는 것도 불가능하다.
고속 원반처럼 우주 공간을 회전하고 그 중심이 무한히 커져가는 원을 그리며 운동하는 행성계는 오로지 회전을 마치면서 다시 돌아오기 위해 계속하여 원위치를 떠나고 있다.
이 운동은 독별한 존재에서 멈출 수 없이 다른 존재로 재빠르게 지나가는 사랑의 형상이다.
그러나 사정을 이렇게 만든 망각은 기억의 속임수일 뿐이다.

인간은 관 위의 유령처럼10 느닷없이 일어났다 똑같이 쓰러지고 있다.
인간은 몇 시간 뒤에 다시 일어났다 또다시 쓰러지고 연이어 매일 이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위대한 천공과의 교접이 태양과 맞보고 도는 지구의 자전으로 규정되어 있다.
고로 지구 생물의 운동은 이 회전에 박을 맞추나 그 운동의 상은 자전하는 지구가 아니라 암컷을 관통하고 다시금 들어가기 위해 밖으로 거의 내빼는 음경이다.

지구상에 사랑과 생명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단지 지구의 모든 것이 진폭과 주기가 다른 진동으로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끊임없는 변화의 상인 지표면 위를 구르는 기차와 마찬가지로 연속 원운동과 결합되지 않은 진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는, 다시 꿰뚫기 위해 몸을 나오는 음경처럼, 오로지 태어나기 위해 죽는다.
식물은 태양을 향해 처일어나 곧바로 땅을 향해 쓰러진다.
나무는 태양을 향해 꽃 핀 가지를 만발하여 세우고 대지 위에 곧추섰다.
힘있게 치솟은 나무들이 벼락을 맞아 불타고 쓰러지고 뿌리뽑힌다. 나무들은 흙으로부터 다시 돋아 다른 형태로 또다시 솟아오른다.
하나 이런 다형 교접은 단일한 지구 자전의 작용이다.

회전과 결합된 유기 생명의 제일 단순한 상은 조수이다.
조수의 움직임, 지구와 달의 단순한 교접이 지구와 태양의 생물학적이고 다형적인 교접으로 이어진다.
다만 태양의 사랑은 맨 첫 번 째로 액체 위로 높이 떠오르는 구름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음란한 구름은 때때로 뇌우로 변하여 번개가 대기를 꿰뚫는 동안 비의 형태로 땅을 향해 다시 떨어진다.
비는 곧장 움직이지 않는 식물의 모습으로 다시 몸을 일으킨다.

동물의 생명은 일체 바다의 운동에서 비롯되고, 동물의 신체 내에서 생명은 계속해서 염수로부터 오고 있다.
이렇듯 바다는 음경이 일으키는 흥분 하에 액화하는 여성기의 역할을 행하였다.
바다는 끊임없이 용두질하고 있다.
음란한 움직임에 고취한 물에 담기고 혼합된 고체는 날치의 형상으로 분출한다.

흥분과 태양은 시체와 지하실의 어둠과 마찬가지로 죄를 추동한다.
식물이 일률적으로 태양을 향해 방향을 잡는 반면, 인간 존재는, 다른 동물들과는 반대로, 나무처럼 남근의 모습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필연적으로 눈을 돌려야만 하는 것이다.
인간의 눈은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서야 태양도, 교접도, 시체도, 어둠도 견딜 수 없다.

내 얼굴은 혈기로 물들면 벌겋고 음란하게 변한다.
동시에 내 얼굴은 병적인 반사 반응으로 피날리는 흥분과 외설, 범죄적 난봉질에 대한 대한 타는 갈증을 누설한다.
고로 나는 내 얼굴은 죄요, 내 정열은 오로지 제쥐브11로만 표현될 수 있으라 단언하는데 두려움이 없도다.
지구는 항문으로 기능하는 화산들로 뒤덮여 있다.
지구는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으면서도 가끔 바깥으로 내장 기관을 배출한다.
내장 기관은 폭음과 함께 튀어나와 제수브의 언덕 위로 떨어져 줄줄 흘러내리고 도처에 죽음과 공포를 퍼뜨린다.

땅의 음란 운동은 물의 음란 운동만큼 비옥하지 아니하나 훨 급속한게 사실이다.
때로 지구가 격정으로 용두질하면 지표의 모든 것이 붕괴한다.

고로 제쥐브는 정신에 담긴 관념에 쳐들어가 범죄적 분출의 힘을 갖다주는 에로틱한 운동의 상이노라.

이 폭발적인 힘은 필연 가장 낮고 천한 위치에 쌓인다.
부르주아들에게 공산당의 노동자란 음모로 뒤덮인 생식기나 추한 부위나 마찬가지로 추하고 더러운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범죄적 분출이 일어나 고결하고 무성(無性)인 부르주아들은 참수당하리.

재앙, 혁명, 화산은 별과 사랑 나누지 않는다.
음란, 혁명, 불같은 폭발은 하늘과 반목한다.
폭발적인 사랑처럼 생식의 제약을 넘어선 곳에서 일어난다.
천상의 자궁은 대지의 재앙, 대지서 발하는 조건 없는 사랑의 상, 쥐구멍도 법도 없는 흥분, 범죄, 공포와 상충한다.

이렇게 사랑이 내 목에서 소리지른다. “찌는 듯 하고도 눈부신 태양의 추잡한 패러디요 나는 제쥐브로다.”
“너는 밤이구나.” 하고 부를 수 있게 된 소녀를 범하며 목이 베어 죽길 욕망하노라.
태양은 밤을 편애하여 발광하는 광포(抂暴), 상스러운 자루를12 땅으로 겨눈다. 광활히 펼쳐진 암야의 대지가 끊임없이 태양볕의 추로13 향하지만 태양은 시선이나 밤에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있다.

태양환(太陽環)은 열여덟 살인 그녀의 순결한 항문이다. 항문이지만 태양을 제하고선 어떤 눈부신 것도 비교할 수 없다.


  1. 원고(삭제) : 사고하는
  2. COPULE, 繫辭
    주어를 객어 내지 주격보어와 연결하는 말을 계사라고 한다. 불어에서 계사는 ‘être’ 동사이고, 영어에서는 ‘be’동사이다. 우리말의 ‘이다’에 해당한다. 다만 ‘이다’는 객어에 붙어서 접미어의 형태를 띤다는 특징이 있다.
  3. 원고(삭제) : 사고의 미궁 안으로 인도하는 아리아드네의 실이 남긴 옅은 흔적을
  4. 원고(삭제) : 번에
  5. 원고(삭제) : 이렇게 각각 하나가 다른 것으로
  6. 원고(삭제) : 자양하는
  7. 원고 : 품 속에서 정신착란에 빠져
  8. 원고(삭제) : 미망인들의 허영심
  9. 원고(삭제) : 그들의 어지러진 아파트에서
  10. 원고 : 묘소 위의 망령처럼
  11. JÉSUVE
    바타유의 고유어. The word ‘‘Jesuve,’’ which also appears in ‘‘The Solar Anus’’ and ‘‘The Pineal Eye,’’ is apparently a word devised by Bataille himself; its meaning is open to conjecture. In it, we can perceive a number of words: “je” (“I”), “Jésus’’ (which in French is also a kind of sausage), “sève’’ (“sap’’), etc. [VE 259]
  12. 원고(삭제) : 소름 끼치는 자루를
  13. 원고(삭제) : 공포로

▲1931년 출판본에 포함된 앙드레 마송의 드라이포인트 판화 세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