異敎正典

sacred texts

I


이교도적 부정신학

II


번역에 대하여

닉 랜드

≪소멸 갈증≫

I

서문


1

말 되는 철학의 죽음


3

위반


/

11

끊나지 않는 소통


참고문헌


조르주 바타유

제쥐브


3

└ 송과안


희생


4

≪도퀴망≫

꽃말


5

≪비평 사전≫

≪철학 연구≫

미궁


10

≪사회학 학회≫

≪아세팔≫

니체와 파쇼들


제안


앙토냉 아르토

부록

색인


保管所

Archive

Assimilare

부패한 태양

조르주 바타유

눈이 부적〔不適〕하여 해를 거세해야만 하는 인간의 정신 하에 해의 개념을 다 설명하자면, 정오의 태양에 시〔詩〕적으로 수학적 평정〔平靜〕과 정신의 고양에 해당하는 의미가 있다고 해야만 한다. 하나 만일에 갖은것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집요하게 태양을 응시한다면, 이는 틀림없는 광기를 의미하는 것이고, 해가 갖는 개념의 의미는 바뀌어버린다. 왜냐하면 더 이상 빛 속에 생성과 창조 따위는 없고, 소모, 즉 연소만이 남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 따지면 이는 빛나는 백열등에서 발산하는 공포의 형태로 아주 잘 나타난다. 만일 실제로 집요하게 해를 응시한다면 태양은 정신의 사정〔射精〕, 거품 문 입, 간질 발작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먼젓번 태양이 (이 태양은 우리가 바라보지 않는 태양이다) 완전히 아름다운 것과 같이, 우리가 바라보는 태양을 아주 끔찍하게 추잡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신화적으로 태양은 황소(미트라)를 참수하는 인간이나 간을 쪼아먹는 독수리(프로메테우스)와 동등한 것으로 간주하여왔다. 즉, 참수당한 황소나 쪼아먹힌 간과 관련있는 것으로 간주하여왔다. 한때 미트라교의 태양 숭배는 아주 만연한 종교 수행법으로 변모하였다. 신도들은 목책으로 막은 구멍 속에서 나체가 되었고, 그 위에서 사제가 황소의 멱을 갈랐다. 이같이 신도들은 느닷없이 소가 몸부림치는 소리와 음메하고 울부짖는 소리에 더불어 뜨뜨미지근한 피 세례를 받았던 것이다. 이는 정신적인 도리로 발광하는 태양의 은혜를 거두어들이는 간단한 수단이었다. 으레 황소가 태양의 상이란 것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멱을 따여서야만 태양의 상인 것이다. 이는 닭 같은 경우에도 똑같은 이야기이며, 닭이 꼬끼오하고 울어대는 소리는 날마다 특히 새벽녘에, 가까이 다가오는 참두의 비명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다. 혹자는 태양이 신화적으로는 자기 목을 베는 인간으로, 요컨대 머리가 없는 인간의 존재로 표현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실제로는 정신적 고양의 정점이 듣도보도 못한 폭력으로의 급작스러운 추락과 구별하기에 극히 어렵다는 결론을 낳는다. 특히 이카로스 신화가 이 견해를 정확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카로스 신화는 태양을 명백히 둘로 쪼개고 있는 것이다 — 이카로스가 비상할 적에 번쩍이는 태양, 그리고 이카로스가 너무 높은 곳에 도달했을 때 날개를 고장 내고, 소리 지르며 추락하게 만든 밀랍을 녹이는 태양.

위 경우에서 드러난 것처럼 태양을 둘로 쪼개고자 하는 인간적 경향은 특별한 중요성을 갖고 있다. 위에 묘사된 심리적 운동이 우회적인 운동이 아님은 물론이고, 충동을 부차적인 요소로 희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편 이는 화가의 작업만큼이나 복잡한 활동 속에서 이 운동에 일대일로 대응하는 요소를 찾고자 하는 것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선험적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다만 학〔學〕적인 화가가 대략 잉여 없는 정신의 고양에 대응한다고 말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에 반해 우리 동시대의 화가에겐 절정을 낳는 고양의 균열, 자만의1 눈부신 폭발이 어느 정도는 작품의 착상이나 구성의 해체2 속에 담겨 있고, 이것은 엄밀히 따지자면 오로지 피카소의 작품에서 한하여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1. 화가의 학〔學〕적 자만을 의미하는 듯하다. (역주)
  2. DECOMPOSITION
    불어 단어 ‘decomposition’은 ‘부패’의 의미 또한 갖고 있다.